나는 날개를 움직여 석양을 등진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냉기가 서린 서늘한 육풍을 담담히 맞아들이는 커다란 건물을 지그시 응시하였다.
누구라도 반하게 할 만큼 감미로운 미소를 뿌리며 가난한 백성들에게 식량과 땔감을 나누어 주는 선량한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언제 봐도 아름다웠던 천상의 여인은 이제 만인의 연인이 되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곳에 이르렀다.
그녀는 자신에게 꼭 맞는 적성을 요하는 직업을 골랐다. 그녀만큼 신의 지팡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테지.
아직은 조금씩 실수하는 것 같다만……. 그녀는 머잖아 자신이 선택한 꿈속에서 그녀만의 역량을 뽐내며 마음껏 그 능력을 꽃피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뿐이지만……. 이 생활도 오늘로써 곧 끝날 것이다. 그녀에겐 이 곳이 삶의 터전이었지만, 난 언젠가 어두운 지하 세계로 돌아가야 할 처지였으니까. 그 시기가 바로 지금일 뿐.
애초에 나와 그녀는 서로 맺어질 수 없었던 상극의 존재. 8년 동안 망각했던 본래 자리를 되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바람을 피해 들어가는 순결한 흰 법복 끝자락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뒤, 다시 날개를 펴고 땅거미가 지는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어디에 계시든 항상 무사 평안하시길……. 나의 작은 공주님.

 

 

석양이 달구어낸 초홍빛이 십자가를 타고 흐르면서 흡사 피 같은 선율을 자아냈다.
십자가를 따라 자유롭게 노니는 블랙펄의 향기가 수녀 복을 걸친 갈색 머리의 여성에게 뛰어들었다.
여성의 몸을 감싼 순결한 융단에까지 자신의 영역 표시를 퍼뜨리는 노을을 피해 수녀 복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신시아는 황혼의 환영이 이끄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며 바깥 세상에 나섰다.
여름의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마을에 붉디붉은 노을녘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파노라마를 창조해낸 신의 던전에서 한가롭게 서성이던 여성이 그녀를 보고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신시아 수녀님. 부탁하신 장부 정리는 전부 끝냈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도 청소를 마쳐 돌려보냈고요."

"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딕시 자매. 가족들이 기다릴 텐데 오늘은 그만 가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만... 혹 어디 편찮으신 곳이라도 있나요? 안색이 나빠 보여서요."

"아니, 별 건 아니에요. 그저... 그저 약간 피곤할 뿐이에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핑계거리를 내세웠지만, 오래 전부터 교회에 취직해 봉사해 온 독실한 신자의 눈을 완벽히 속일 수는 없었는지 의사 전달 과장에서 약간의 마찰음이 일어났다.

"신시아 수녀님, 혹여 어떤 고민이 있으시다면 저나 주님에게 말씀해 주세요. 고민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염려해 주어 정말 고마워요, 딕시 자매. 하지만 지금의 제게 고민 따윈 없답니다. 미처 해결하지 못한 불상사가 있었다면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을 거예요."

충직한 시종을 안심시키는 군주처럼 신시아의 혀는 부드럽게 움직여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신의 지팡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주문을 자아냈다.
신시아에게 있어 남을 설득하는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주점(물론, 성에서 공식적인 허가를 받은 건전한 곳이다)에서 손님들을 상대하며 갈고 닦은 화술 실력이 있었으니까.
소싯적에 익혔던 화술과 신의 지팡이가 되어 신과 인간의 조정자로서 신의 신탁을 인간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말재주는 그녀의 위상을 몇 단계나 높여 주었다.
천녀나 성자조차 혀를 내두를 상냥함과 일류 사기꾼을 등쳐먹을 수준에 다다른 말재간. 신시아를 지탱하는 불씨 중 하나이며, 사람들의 무책임한 오지랖으로부터 그녀를 지켜 주는 유일한 능력.
'수녀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이라고 말끝을 흐리는 신자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인 신시아는 끈질기게 따라붙는 귀찮은 방해물을 끝내 제거하고 마침내 혼자만의 시간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내 모든 걸 신에게 바치는 생활을 하는 것도 참 고달픈 일이구나..."

혼자 남은 신시아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어린 시절 아르바이트하러 교회를 찾아갈 때마다 신의 은총과 드넓은 아량에 감사해야 한다는 설법을 해 주던 리이 수녀가 새삼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천계에서 살다 내려왔다는 신시아는 성직자로서 지켜야 할 규율과 신자들에게 보여야 할 모범, 그리고 종교인의 의무 중 하나인 절제된 생활에 적응하는 데만도 상당히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천계에서 내려온 주제에 신을 섬기는 일이 힘들다며 피곤한 티를 내다니... 수녀로선 실격이네."

신시아의 체념어린 한탄이 공기 속에 섞여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인간으로 사는 동안 평생 신을 받들겠다고 결심하여 스스로 집을 나왔음에도, 사람들의 신뢰와 칭송을 한 몸에 받으며 교회를 열심히 이끌어 나가고 있음에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공허함은 달랠 길 없이 시시때때로 신시아를 괴롭힌다.
-바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 했단 말이야?
신시아는 자신을 괴롭히는 공허함에 질세라, 목이 꺾어지도록 고개를 뒤흔들었다.
가슴을 채우는 공허함의 원인은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었던 막연한 다짐이 그녀를 배신할 거란 걸 예상하지 못했을 뿐.
이미 물은 엎질러진 지 오래. 이제는 신시아 혼자서 자신을 다스려 그녀를 괴롭히는 헛된 망상을 뿌리치는 게, 마음을 좀먹는 공허함을 달랠 수 있는 확실한 방도일 터.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실컷 우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

후자의 방도를 택하기로 했는지, 신시아는 이맘때쯤이면 아무도 찾지 않는 고요한 장소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서산마루를 넘어가는 오늘의 불덩어리가 마지막 발악을 하듯 여느 때보다 더욱 붉은 핏덩이들을 토해낸다.
꺼져가는 불씨에 가만히 눈길을 주는 신시아에게도 핏방울이 달려들었다.
몸담았던 아지트에서 빠져나온 핏덩이는 예리한 칼날이 되어 대지에 파고들려 했다.
이 진풍경을 응시하는 신시아의 얼굴에선 칼날이 훑고 지나간 실핏줄이 터져, 그녀를 구속하는 두터운 수녀 복을 붉게 물들일 피눈물을 한껏 쏟아낸 것 같았다.
전몰한 초병들의 원한이 서린 핏물을 한껏 빨아들여 온 몸을 붉게 물들인 초목이 신시아의 발에 밟혀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앞으로 한나절 간, 붉은 대지는 신시아만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발을 들일 수 없는... 그녀만의 비밀의 화원.
다행히도 오늘 밤에는 귀찮은 미사 절차가 없으니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기묘한 해방감과 뒷맛이 물씬 풍기는 성취감에 모든 걸 맡긴 신시아의 긴장이 느슨해질 무렵-

"이 곳에서 당신과 재회할 수 있다니, 이것도 신의 가호인 것 같군요."

마음 한 구석으로 치워두었던 불확정 요소가 느슨한 경계를 틈타 역습하는 순간이었다.
계획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던 침입요소가 완벽히 의표를 찔려 가만히 얼어 있는 신시아에게 접근했다.

"오랜만이에요, 신시아. 그동안 잘 지냈나요?"

청량한 물기를 머금은 고운 밤빛 머리칼 속에서 반짝이는 한 쌍의 푸른 눈동자 속에는 그리움이라는 애잔한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신시아의 이름을 입에 담은 청년은 보일 듯 말 듯 한 가련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한 발자욱 다가섰다.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시옵니까, 전하..."

겨우 경직에서 풀려난 신시아는 황급히 성직자로서의 예를 갖추어, 청년에게 무례를 범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걸 면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거리낌 없이 이 남자를 대할 수는 없었다. 신시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일 거라 여겼던 소년은 2년 전의 수여식을 통해 새로운 왕으로 즉위했기 때문이다.
대범하고 소탈한 젊은 왕은 얼어 있느라 인사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사람을 쥐 잡듯 잡지는 않겠지만, 예의를 따지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간 상당히 시끄러워질 터였다.
왕이 친히 찾아온 이상 이 곳은 더 이상 신시아를 보호해 주지 못한다. 그러니 신시아가 알아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수밖에.
허나 신시아의 숙인 고개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실망감과 당혹감이 어우러져 갈대가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떨리듯 파르르 흔들렸다.

"신시아, 제발... 여긴 나와 당신 말곤 아무도 없어요.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할게요. 그러니 목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지 말고 평소처럼 대해 줘요. 1월마다 날 만나러 성을 찾아왔던 그 때처럼..."

"...성은에 감사드립니다."

그의 간청이 있고서야 겨우 신시아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짧은 감사 인사를 올렸다.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를 깰 요량이었는지, 그는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걸었다.

"늦게 찾아와서 미안해요. 당신이 수녀가 되었다는 소식은 진즉에 듣고 있었지만...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지 다짐했는데, 도무지 찾아갈 시간이 나질 않더군요."

"그럴 만도 하지요. 근 2년간 오랑캐들이 변방을 휘저으며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문은 저도 몇 번이나 들었는걸요.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로서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으셨을 테지요."

신시아의 목소리에 깃든 얼음 같이 빛나는 한 줄기 창백한 섬광이 날카로운 선율을 자아냈다.
너무 늦게 찾아온 게 아니냐는 책망이 아닌, 군주로서 신경 써야 할 다른 일들이 잔뜩인데 이런 데서 노닥거려서야 되겠느냐는 꾸짖음이었다.
신시아의 입술에 서린 비수의 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단 사실을 알아차린 젊은 왕은 아무 말 없이 비어 있는 손을 들어 자신을 나무라는 달빛을 잡아 가볍게 들어 올렸다.
만약 그가 도덕적 의무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면, 신시아를 얻기 위해 권력마저도 내려놓을 각오를 다질 만큼 정신이 나갔었다면... 마지막 한계선을 넘었을지도 몰랐다.
왕위 수여식이 열리기 전이었다면 정말 그리 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체통을 지키십시오, 전하. 저는 전하께서 감히 도박을 걸 만큼 가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전하께서도 한낱 여자 때문에 신에게 반기를 들 만큼 분별없는 분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신시아는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을 들어 그의 팔 위에 가만히 얹으며 현실을 알라는 일침을 내뱉었다. 자신의 턱을 거머쥔 그의 손을 제지하는 힘은 한없이 가냘팠지만, 경고를 고하는 알람은 한없이 담담하기만 하다.
온 누리를 비추는 뜨거운 불덩어리가 오늘의 소임을 마치고 연기와 함께 사라짐으로써 피로 맺은 선명한 초홍을 빼앗겨, 점차 본연의 미색을 되찾는 대지에 선 한 쌍의 남녀.
불과 역할을 바꾸듯 새롭게 떠오른 창백한 비수의 축복을 담뿍 받아 시퍼렇게 빛나는 둥근 원안에서는 2년의 세월이 새겨놓은 관록이 살며시 떠올랐다.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는 둥근 호수 속에서 용솟음치는 이질적인 소용돌이가 주변을 뒤흔든다.
갓 전투를 끝내고 돌아온 개선장군의 풍모를 뽑아내는 그의 푸르른 한 쌍의 호수에서 아주 잠시 사모와 연정, 따뜻한 그리움이 가물거렸다가, 현실을 일깨우는 그녀의 말에 이내 종적을 감췄다.
쓴웃음과 함께 떠오른 미련을 감추고, 날 때부터 누려 온 권력의 가르침을 따라 그는 조심스레 팔을 내렸다.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렸군요, 신시아. 10년 전의 그대는 좀 더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솔직한 소녀였는데... 무엇이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죠?"

젊은 왕은 참담한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디선가 불어온 스산한 밤바람이 비단결과도 같은 갈색 머리칼을 희롱하는 장난질을 피하며 신시아는 짧게 고개를 흔들었다.

"세상에 불변이란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무엇이든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죠... 전하께서도 세월을 거듭한 끝에 어떠한 원인을 계기로 분명 어딘가 변하셨을 게 아닙니까?"

신시아는 약간의 뜸을 들이다 결심한 듯한 마디를 덧붙였다.

"가령... 후계자를 생산해야 하는 일이라든가."

순간 왕의 눈빛에 쓰디쓴 탄식의 빛이 떠올랐다.

"몇 달 뒤에나 공표될 소식을 빨리도 알고 있군요."

"교회는 신분에 따라 사람을 가려 받는 곳이 아니니까요."

신시아는 생긋 웃었다. 비밀은 잠깐 쉬쉬할 순 있어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는 속뜻을 젊은 왕은 알아차렸을까?
신시아의 어떤 남자라도 한 눈에 반하게 할 만큼 감미로운 천상의 미소를 보이자, 그의 눈썹이 한순간 꿈틀거렸다.
신시아는 은은한 미소를 거두지 아니한 채, 그와 그녀 자신이 임해야 할 도덕적 책임과 현실의 의무를 언급하는 잔혹한 하례를 올렸다.

"새로운 왕자비의 간택을 미리 경하 드리옵니다, 전하. 전하의 예식 일자에 맞추어 가호를 받을 수 있도록, 신께 기도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왕의 눈빛이 바뀌었다. 자그맣게 타오르던 열정은 쉬이 꺼져버렸고, 대신 차갑게 식은 이성이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것이 그대의 입장입니까?"

그가 물었다.
매정하게도, 신시아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저와 마찬가지로, 전하께서도 사리에 맞게 행동하실 줄로 믿습니다."

"무슨 근거로 나를 단정하는 겁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전하께서는 일시적인 감정 때문에 부귀영화를 마다할 만큼 그릇이 작은 분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 생각이 틀렸고, 전하께서 그러한 분이 아니시라면... 제가 섬겨야 할 군주를 잘못 본 것이겠지요."

왕은 아무 대답 없이 신시아를 쏘아보았다.
의도치 않은 대치 전선이 이루어지길 수 분 후, 그는 졌다는 듯 가볍게 양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 올리면서 콧소리를 냈다. 아마 쓴웃음을 지은 것이리라.

"내가 졌어요, 신시아. 당신 말이 맞아요. 난 사랑하는 여자랑 몰래 도망칠 만큼 배포 있는 사내가 아닙니다. 10년 전부터 그랬지만... 역시 사람의 역량 하나는 기가 막히게도 잘 알아보는군요. 당신이 취한 입장은 유감이지만..."

"저는 전하의 역량을 꿰뚫어본 것이 아닙니다. 단지 전하께서는 자신이 누군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뿐이지요."

신시아가 답했다.
잠시 동안, 젊은 왕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한 감정을 담아 신시아의 맑고 투명하지만, 절대 흔들리지 않을 단호한 초콜릿 빛 눈동자를 응시했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신시아가 확인해 줬듯이, 그는 이제 와서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으리란 덧없는 희망을 품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대가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니, 나도 그대에게 내 각오를 밝혀 두는 것이 좋겠군요.”

젊은 왕은 신시아를 설득하는 대신, 장차 국가를 다스려야 할 강직한 손을 불쑥 내밀어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 시간 이후로 사욕에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직무를 다해 왕국을 이끌 것을 그대 앞에서 약속하겠습니다. 뭐, 2년 전에 이미 비슷한 맹세를 한 번 했던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각오의 차이라고 해 두지요. 신시아, 나를 위해 항상 기도해 줄 수 있겠습니까?”

신시아는 망설임 없이 왕이 내민 손을 잡아 쥐고 가벼이 고개를 끄덕여 승낙의 뜻을 밝혔다.

“물론입니다. 전하.”